갓생살기 프로젝트/일기

[2022/08/30] #1. 30대의 공시 포기, 그 엄청난 결심에 대하여 /공시포기 취준로그

포베라 2022. 9. 1. 03:37

2022년 8월 30일, 그동안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.

처음엔 바로 될 줄 알았지... 내가 천잰 줄 알았지... 천재는 무슨 나천재냐?

 

 


 

애초에 이 시험에 늦게 진입했었고 아주 오래 매달린 장수생은 아니었다.

공시판에 진입했던 이유는... 안정적인 직업 찾으려 뛰어든 건 아니었다. 특정 직렬에 대한 꿈이 생겨서였다. 

근데 이제 마냥 꿈을 좇을 나이는 아닌 것 같았다. 그래서 이번 시험을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 하되, 만약 떨어진다면 공시판을 떠나려고 하긴 했었다.

대망의 1차 시험이 끝난 후 정말 미련 없었다. 막말로 떨어져도 미련 없을 것 같았다.

그리고 사실 느낌이 조금 좋았다. 문제도 쉬웠고 잘 풀리기도 했었고.

 

근데 합격자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없었다. 하늘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. 

이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감도 안 왔다. (근데 그 와중에 독서실 남은 기간 환불 생각함ㅋㅋㅋ)

일단 독서실을 정리하고 집에 왔다. 집에 와서 침대에 앉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.

이 시간이면 한창 공부하고 있을 시간인데, 이러고 있어도 되나? 싶은 생각도 들고...

그냥 머릿속이 멍했다. 인생 자체를 리셋하고 싶었다. 근데 그렇다고 죽기는 싫었다. 

그렇게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,

시계를 보니 11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.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나갔다.

나가니까 찬 바람이 날 사정없이 때리는데,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. 

일단은 되돌릴 걸 되돌리고 해야할 것들을 하자. 하나씩 하다 보면 또 길이 보이겠지.

 

그래서 시작됐다. 내 갓생살기 프로젝트.

매일매일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기록할 거고 매일 피드백을 할 거다.

짧더라도 매일 포스팅 하는 게 목표긴 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요약해서라도 올릴 거다.

그리고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해치워 나갈 예정이다.

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블로그에 하나씩 포스팅할 계획이다.

이번엔 진짜 꾸준하게 포스팅해봐야지.

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웃고 있기를.

 


 

이런 글 공개적으로 쓰면 창피하지 않냐고? 말도 못 하게 창피하다.

사실 친구들한테 공시 포기했다고 말도 못 했다. 창피해서.

근데 창피함도 연습해야 하는 감정인 것 같다.

항상 창피해서 도망치기만 했는데 이제부터 그러지 않으려고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 글 쓰는 거다. 극복해보려고.